김태린 극본. 연출/ 미라클씨어터 '로즈마리'

 

 

  내게 그냥 믿고 보게하는 연극단이 있다면 PAMA다!  그냥 믿고 표를 사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김태린이다.  몇 해전, 대구에서 서울에 놀러왔다가 한 번쯤 밟아볼 곳으로 대학로를 찾았고 그 때 우연히 보게 된 연극 <해피투게더>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연극이었다.  혹자는 그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문화공연의 불모지인 대구땅에서 상경해서 봤으니 뭔들 안 새롭고 뭔들 안 재밌었겠냐고.  허허~  뭐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연극이라면 일전에도 몇 편을 봤었고 그 이후에도 여러 편을 보았다.  그러나 여러 연극들을 접하면서 더욱 뚜렷해지는 한 가지.  역시 PAMA라는 것이다.  김태린이라는 것이다.  그 후 <미라클>이라는 연극을 보러 일부러 다시 서울을 찾았다.  (그런데 지금은 비교적 편하게 PAMA극단의 연극을 볼 수 있는 경기도 땅에 산다는 축복된 사실, 다들 기뻐해주게~)

 

  PAMA의 또다른 연극.  <로즈마리>  뭐라고라고라?  심야연극이라고?  이런....  자가용없이 기차, 전철를 이용해 간신히 대학로에 출두하시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슬픈 현실이었다.  흠....  이 연극은 못볼세~  그런데 이게 왠일 시간조정이라고?  와우~  냉큼 달려가 봤던 연극.  이 연극은 보기 전 관극평이 더욱 호기심을 불렀다.  내가 아는 김태린은 웃음, 눈물, 감동을 넘나들고 이것들을 '재미' 라는 한 가지로 아우르는 사람이었다.  새롭다고?  신선하다고?  충격적이라고?  흠....  역시 기대만빵.

 

  포스터, 어쩐지 음침하다.  뭔가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가보군.  티켓팅을 하고 입장.  <해피투게더> <러브스토리> <로즈마리>  모두 같은 세트장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러브스토리>와 <로즈마리>에는 무대 우측에 책상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를까?  어쩐지 음산하면서 구슬픈 바이올린 연주곡이 서서히 멎으며 연극이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제일 칠칠치 못한 짓 중 하나가 바로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스포일러를 질질 흘리는 관극평이다.  그래서 각설하고 연극을 본 느낌만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니 줄거리를 알고 싶다면 제 후기는 패스하세요~ ㅋ 

 

  <로즈마리>  '역시 김태린' 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게 한 연극이다.  김태린의 극본을 참 좋아한다.  연극이나 극본에 남다른 식견은 없지만 그의 연극은 항상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  웃다 말고 눈물이 나고 그러다 가슴 훈훈함을 지니고 그 곳을 나오게 하는 그런 힘이 있는 극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관객들의 표정을 처음부터 녹화했다가 그것을 빠르게 재생시키면 한 편의 싸이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ㅋ  웃었다가 울었다가 관객의 정신을 못차리게 만든다는.)  그런데 이 연극은 김태린의 극본에 빠져있던 나에게 그의 연출가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  정말 이럴 수도 있는것이군.  연극이 이럴 수도 있어....  <로즈마리>는 현실과 허상의 세계를 마구 넘나든다.  그러나 SF물처럼 뜬금없지 않다.  당황스럽지가 않다.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과 시간만을 보여줄 수 있었던게 기존의 연극이었다면 <로즈마리>는 연극이 보여줄 수 있는 넓이와 깊이를 새로이 정의한 연극이다.  

 

  극본쓰고 연출하신 김태린님에게만 박수를 짝짝?  그럴 수 없지.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에헴)미친 놈은 정말 미친 놈 같이 보이고 공익(미안, 상근 예비역)은 정말 공익같이 보여....  ㅋㅋ  보는 내내 객석으로 뛰어들면 어떡하나 몸떨림 현상.  으~~  후덜덜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의 음영진 얼굴에 번뜩이던 눈빛 역시 너무나 훌륭했다.  소극장 연극의 매력은 역시 숨소리까지 들린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러나 역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많은 부분이 무대 왼쪽에서 펼쳐진다는 사실.  다행히 나는 왼쪽에 앉았지만 오른쪽 관객님들 마리 부르르 떨던 눈빛 못 보셨죠? ㅎㅎ  출입문이 오른쪽에 있다보니 자연히 왼쪽 공간에서 연기하는게 안정감있고 자연스럽겠지만 휠체어 정도는 오른쪽에 한 번 정도 놓아 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면 휠체어 방향을 살포시 오른쪽으로 틀어 준다면 오른쪽 관객 역시 행복할 것을....  (김태린씨, 뭐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고 무대 조명 등등의 제반사항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 '그러려니' 해주시면 좋겠구요. ^^)

 

  후기를 쓰다보니 드는 생각.  '이거 김태린 친인척 아니여?'  '파마 알바생인가?' 할지도 모르겠다는 노파심.  나는 단지 그냥 PAMA 연극에 미쳐버린, 김태린에게 광분한 소시민일 뿐이다.  이런 소시민, 감히 한 마디 하고 싶다.  관객들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한 연극들과 "할인해드려요" 알바생의 미끼질로 관객을 끌어모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난무하는 대학로 공연들을 보노라면 <로즈마리>(이꿜 김태린^^)는 대학로 연극의 자존심이자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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