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예술마당.

   신년회 모임이 있던 날.

   결국은 모임 장소는 대학로가 되어 버렸고,

   낮 시간이 텅 비는데 내내 뒹굴 거리다가

   저녁 먹고 오기가 좀 아쉬워서 공연을 또

   질렀다. 솔직히 말하자면, 홍대쪽에서

   모였어도 난 공연 보고 갔을꺼다. 보고 싶은

   공연 하나가 그쪽이다보니..ㅋ 이거 나름 

   공연 중독 증상 같아서 살짝 걱정된다.ㅋ

   어쨌거나 눈여겨봐왔던 도둑놈다이어리를

   예매. 내내 생각 못하다가 지하철에서 내려

   예술마당으로 걸어가던 중 2009년에는

   한번도 이 공연장을 오지 않았던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캣츠비 보러 한때는

   꽤 열심히 다녔던 곳인데..

   정말 오랜만에 가는 공연장이다보니

   설레이기까지 하더라..ㅋ 게다가 3관이라고-

   살짝 그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공연장

   으로 향했다.

   도둑 형제의 이야기.

   잘 몰랐는데, 전날 우연히 이 공연을 본다고

   하니까 한 아이가 '거기 연예인들 완전 많이

   나오잖아요.' 라고 하더라. 엇? 그랬어?

   사실 유건씨하고, 이언정씨 말고는 잘

   몰랐다. 죄송, 내가 TV를 잘 안봐서..;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어쩌면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안봤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공연은 시작 되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다시피 도둑놈들의 이야기이다.

   형 도두칠과 동생 도정노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간단한 줄거리를 이야기

   하자면, 정노가 두칠을 결혼 시키기 위해 보증금, 월세 없이 마동나에게 방을 한칸 내 주었는데, 알고보니 그 여자도 도둑. 두칠과 정노가 도둑질해온 돈을 훔치고 나가려던 속셈이었고, 정노를 사랑하는 희진이 이 사건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정도? 

두칠과 정노는 비리를 저리르는 고위 인사들의 집을 주 범행 대상으로 일을 벌인다.

그들의 과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고, 동나가 돈을 훔치려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진심으로 설득 시키려고 했단다.

정노를 배신할 수 없던 희진은 결국 견물생심이라고 돈에 눈이 멀어 배신을 시도하도, 결국 그 모든것은 진심이 통해서 아름답게 마무리.

미안하지만, 전형적으로 내 취향과 거리가 먼 공연이었다.

전체적으로 한톤정도 업 되어 있는 연기와 과장되고 뜬금없는 상황들의 나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 이와중에 감동과 교훈을 주려는 시도.

공연 시작하고 5분만에 알아버렸다. 나와 잘 맞지 않는 공연이라는 것을.

그래서, 모든 기대를 버리고, 그냥 보았다.

그랬더니 종종 웃을만한 요소가 있더라.

딱 거기까지. 기대 하지 말고, 뭔가를 얻으려거나 맞추려 하지 말고 그냥 아주 가볍게 보면 볼만한 공연.

식스센스 이후의 최고의 반전.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의 인사 후 관객을 부르더라.

손을 들고 일어선 사람은 남자였고, 그 순간 또 프로포즈 이벤트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명을 더 부르는 것이 아닌가 -

무대위에 올라간 두 명중 한명은 일행에게 사진 찍으라는 제스쳐 보내더라는.

그런데, 신분증 놓고 갔다며 신분증을 건네주더라.

이날 최고로 빵 터진 장면이 아닌가 한다. ㅋ

식스 센스 이후의 최고의 반전!

일행에게 사진찍으라는 제스쳐를 보낸 사람은 본인도 민망했던지, 셋트 뒤로 달려나가는 것을 배우들이 데리고와서 내려 보냈다.

프로포즈 이벤트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ㅎ

무엇을 채우며 살아야 하나

극 후반부에 정노가 이런 대사를 한다.

'이젠 무엇을 채우며 살아야 할까요?'

그 대사만 톡 떼어내서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목표하는 금액만큼의 돈을 도둑질을 통해서 채운다고 하더라도, 채워진 것은 돈 뿐 나머지는 모두 비어 있다.

돈의 허망함에 대해서 알아버린 정노와 두칠.

이젠 그들이 무엇을 채우며 살아야 할까?

그럼 나는 무엇을 채우며 살아왔고, 무엇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공연은 좋아한다며 열심히 보고는 있지만,

어느 순간 공연을 즐긴다기 보다는 공연을 즐기는 듯한 내 모습을 더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무엇을 위해 공연을 보고, 이렇게 공연을 보기 위해 집착하는 것일까?

시작은 기분전환, 스트레스 해소였다.

미칠것 같았던 작년 12월에 공연 관람 편수가 급격히 늘었고, 이젠 그 만큼 보는게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눈에 한번 들어온 공연은 꼭 보고 싶고, 놓치기 싫은 욕심도 생겼고

그러다보니 한달내내 내 생활은 공연 스케쥴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면 왠지 공연 중독 같긴 하지만, 그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로 다시 일을 열심히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공연을 보고 나와서 30분쯤 남는 시간동안 혼자 생각을 했다.

꼭 무언가를 채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

이번에도 답은 하나였다.

나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위해.

그래 그거면 된거다. ^^

끝맺음.

날씨가 풀린줄 알았는데, 밤이 되니 추운건 마찬가지더라.

게다가 배고플 시간이 되다보니 어찌나 춥던지..

일행들을 만나서 맛있는 파스타에, 시간 때우기 딱 좋은 북카페에서 수다 떨고,

원래 가려고 계획 했던 컵케이크 집에서 컵케이크 사들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공연,

그리고 그 공연에서 우연히 건진 대사한마디.

복작복작 떠는 수다 중 혼자 한 생각들.

계속 기억 못하는 혼자만의 기념일..ㅋ

그래도 보고싶었던 연극이라 후회는 없다~

나 나름 롤러코스터 몇 번 봤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래도 반정도는 본 것 같은데..;

TV좀 봐야겠다는 생각도 살포시 했다. ㅎ

+ 캐스팅

도두칠 - 승규, 도정노 - 백종민, 마동나 - 전세홍, 마희진 - 허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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